집에서 보내는 3번째 휴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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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이, 브로씨/브로씨의 하루

집에서 보내는 3번째 휴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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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에서 보내는 3번째 휴가

이직 후 3번째 휴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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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년 동안 근무했던 전 회사에서는 분명 남는 연차인데 하루 쉬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힘든 곳이었다. 누군가 눈치를 주는 사람은 없어지만 쉬는 날만큼 감당하고 가야 하는 무게들(일더미들) 때문에 즉 쌓여있는 업무량에

눈치를 봐야하는 곳이었다. 물론,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팀원들도 같이 고생해야 했다.

 

결국 일과 팀원들, 책임감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나를 발견하고 2년 동안 근무하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. 그 후 6개월 뒤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고 오늘까지 입사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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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입사하고 3번째 연차를 사용한다. 한 달에 한 번씩 쓴 거나 다름없다. 원래 같으면 늦은 휴가로 혼자 부산여행을 즐기려고 한 달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몇 개월 동안 적게 나오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이번 주에 다시 한번 크게 늘어나버렸고 사회적 거리두기 2.5단계로 전환되어버렸다.

 

결국 한 달을 계획했던 부산여행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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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연차를 내고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.

직장인들에게 연차란 평일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사람이 없는 시간을 틈타 한적한 장소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지금까지 쌓아놨던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버리고 돌아오는 시간이 아니겠는가?

그렇지만 오늘 낸 연차는 집에서만 즐겨야 하는 유일한 휴가가 되어버렸다. 그야말로 집에만 있어야 했다. 

'과연 내가 집에서만 있을 수 있을까? 뭘 하고 놀아야 되지?'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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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상과 다르게 난 집에서 휴가를 잘 보냈다.

평소에 쌓아놨던 긴장감을 유일하게 내려놓고 있어서였는 지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한 체 나름 늦게 일어났다.

항상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포기하고 뭔가 하길 바빴는데
오늘처럼 잠을 잘 자기는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.

심지어 정신만 깨어난 상태에서 온몸의 긴장을 풀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본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.

 

늦은 아침이 돼서야 천천히 일어나서 나름 휴가를 알차게
보내기 위해서 리스트를 설정했다.

1. 시작한 블로그 글 업로드랑 업로드할 주제 선정하기

2. 강아지랑 놀아주기

3. 강아지 산책시키기

4. 여름방학 본방 보기

 

집에서 보내는 휴가였지만 리스트대로 다 끝내고 드는 생각은 유일하게 잡생각이 없던 하루였던 것 같다.

평소에는 급하게 책임을 지고 끝내야 하거나 시간 내에 못해서 스트레스받아야 할 일들이 아닌 주어진 시간 내로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고 너무 빠른 일상에 숨을 못 쉴 정도로 힘든 일이 아닌 내 몸이 편안할 정도의 호흡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휴가였다.

어딘가를 떠나서 내가 짊어진 무게를 내려놓는 것도 휴가이지만 나름 평소에 할 수 있었지만 못해본 평범한 일들을 주어진 시간 동안 미션을 해내듯이 보내는 게 아니라 내 안정된 호흡 속에 여유를 즐겨보는 것,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것 또한 휴가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3번째 휴가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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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지막은 알밤이보면서 힐링하기

 

내가 생각하고 있던 휴가 :  쉬는 날에는 어디론가 떠나서 삶의 무게를 비우고 오는 것이 휴가다.

오늘 깨달은 휴가의 의미 : 평소에 할 수 없었던 평범한 일들을 해내듯이 보내는 게 아니라 긴장감 없이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도 휴가다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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